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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죽을 때 갖고 가는 것

죽을 때 우리는 무엇을 갖고 갈 수 있을까. 재산? 명예?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옛말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최근 일이 년 사이 많은 지인이 돌아가셨다. 그중에는 코로나바이러스 합병증이 대부분이지만 지병이나 사고사도 더러 있었다. 직업상 많은 죽음을 지켜보며 고통 없이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하도록 도와주고 있지만 나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지인의 사망 소식은 나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아름다움이나 물질적 풍요는 영원하지 않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은 열심히 남을 위해 봉사하며 착하게 살고 또 돈 버는 일에 목숨을 건다. 곁에서 보기에도 숨이 차다. 그들의 삶의 목표는 무엇일까. 과연 그들은 행복할까. 죽을 때 그들은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까. 얼마 전에 59세의 남성이 다발성 골수종(항체를 생성하는 형질에 생기는 암)으로 진단받고 심한 혈변으로 다량의 수혈이 필요해 중환자실로 옮겨왔다. 이 환자는 항암 치료 후 부작용이 생겨 전신의 피부가 훌렁훌렁 벗겨지는 최악의 상태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의식이 맑아 대소변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중환자실에서 24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는 심지어 얼굴의 피부도 훌렁 벗겨져 버렸다. 피부가 벗겨지기 전에 피부는 진한 자줏빛을 띠다가 검게 변하면서 탄력을 잃고 녹아내려 갔다. 똑같은 현상이 몸의 내부에서도 일어나 내장의 출혈이 심해 대량의 수혈이 필요했다. 분명 몸 안팎이 쓰리고 아렸을 텐데 환자는 통증을 부인했다. 하지만 무엇이 불편한지 환자는 계속 몸부림을 쳤다. 결국 통증 완화 팀을 불렀고 환자와 그의 부인은 치료방향을 통증 완화 쪽으로 돌렸다. 진통제를 투여하자 환자는 깊은 잠에 빠져들어 갔고 우리는 그를 통증 완화 병동으로 옮겼다. 그의 마지막 몰골은 너무 처참하여 내 뇌리에 오래 남아있을 것 같다.     나는 여기서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을 것이라는 허무주의를 말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결국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나면 근심 걱정은 무의미하다. 죽음을 인지하는 순간 현재가 주는 소중함은 더욱 커진다. 죽음은 내가 사랑하는 것에 더욱 집중하게 해준다. 오늘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죽음을 기억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자.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이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죽을 때 갖고 가는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닌 가슴속에 간직된 추억이다. 당신이 열심히 살아낸 삶, 가슴 뛰는 순간들을 살아낸 아름다운 시간이다.     미국 시인, Maya Angelou는 “인생은 단지 숨 쉬는 횟수가 아니라 얼마나 숨 막힐 정도로 가슴 벅찬 순간을 살았는가! 로 평가된다”고 했다. 또 다른 미국 시인 Mary Oliver는 “숨을 쉰다고 그것을 인생이라 부르는가”라고 했다. 당신은 어떤 순간들로 채워져 있는가. 가슴이 벅차올라 터져버릴 것 같은 순간을 살았는가. 이 세상을 떠날 때 당신이 유일하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당신 가슴에 담긴 것들이다. 생의 끝자락에 도달했을 때 나는 온 세상을 내 두 팔로 안아 숨 막히게 사랑한 순간, 몰입한 순간, 가슴 벅찬 삶을 살았는가 하고 추억해볼 때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떠오르면 좋겠다. 이 순간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일출의 신비, 일몰의 장관, 구름의 조화, 바람둥이 바람, 시시각각 풍요로운 사계절만 있어도 우리는 시의 나라 시민이 될 수 있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통증 완화 순간 가슴 당신 가슴

202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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